나는바란다종강을간절히
물론 서양음악사, 패션과 영상, 파워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 이런 수업들은 마지막 수업이래서 한참을 아쉬워 했는데, 전공만 보면 이 세상을 다 부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물론, 빠져들면 재미있긴 매한가지인데 그 양이 너무 방대해서 빠져드는 것으로 휘몰아치는 힘듦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 본론은 뭐냐면, 종강을 하고 싶다는 것, 즉 방학을 바란다는 것인데 이유는 뭐 한결같다. 언제나 폭풍같은 시험기간이 끝나고 나면 찾아오는 방학은 그것이 찾아오기 전에 온갖 기대들과 계획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비인간적인 시험 기간의 삶에서 당연하게 미래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적 결함에서 비롯되는 내 습관적 행동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설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일단, 디테일하게 계획해놓은 일은 3가지 정도 있으니까 더 생산적으로 내 시간들을 온전히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기대가 되는 것 같다.
사실은 이딴 아가같은 말을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건 아닌데.
원래 이렇게 블로그를 켜 타이핑을 시작한 이유는 그냥 글에 대한 글을 쓰려고다. 요즘 일기를 쓰면서 느꼈던 점이 있어서. 일기장은 내가 공개하지 않으면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볼 수 없어서 문장이나 단어에 신경을 덜 쓴다. 한마디로 젠체도 안 하고 내 부끄러운 면들을 가감없이 온갖 거친 단어들로 휘갈긴다. 그래서 더 솔직한 문장들이 나오고 스토리도 생긴다고 느꼈다. (물론,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수정하고 신중하게 써 나가는 글의 정교함은 이길 수 없지만.)
반대로 이렇게 블로그 같은 상대적으로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쓸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남들을 의식한다. 그래서 단어에도 신경쓰고, 나름의 이미지도 생각하여 글을 쓴다(그렇다고 구라 치는 건 아님).
결론은 내가 쓴 글이어도 타인의 시선 유무에 따라 내 글의 양상이 조금은 바뀐다는 것. 그걸 말하고 싶어서 이 새벽에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아마 밀린 강의를 듣다 누운 탓에 종강을 염원하는 흔한 대학생의 넋두리로 글이 시작된 듯 싶다.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지 모르겠는 글이다. 끝.
P.s. 커피 존나 마셨더니 이 새벽에, 이 아침에 눈이 졸라 말똥말똥하다. 좋으면서 싫다.
주저리 주저리
주저리 주저리
주저리 주저리
주저리.
P.s.2. 사실 나는 내 글을 읽고 또 읽는 버릇이 있다. 방금 이 글을 다시 한 번 읽었는데, 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알아 달라고 유세부리는 애새끼의 글 같다. 열심히 어른의 한탄 글로 포장했지만 어쩐지 내 눈에는 다 보인다. -자기 객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