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사유思惟

Life Untitled

Heewon Eom 2020. 12. 22. 22:29

 

 

나름의 즐거움을 지니고 있는 중이다.
어떤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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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에는 글이라 할 만한 글을 잘 쓰지 못했다. 그 원인을 파악하려 약 2시간 정도 생각해본 결과, 나는 행복한 글을 쓰는데에는 영 인색한 사람인 것이 원인이다. 순탄하다고 표현할 만한 삶을 사는 당시의 나는 어떠한 글 창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더러 쓴다고 하여도 전혀 울림이 없는 허무맹랑한 단어들만 나열할 뿐이다. 그런 시간들이 약 한 달이 넘게 지속되어 왔고, 여전히 진행 중인터라 한 편으로는 고통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에서 좋다고 할 것이나, 그 이면에는 일종의 아쉬움 같은 것이 자리한다. 

3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책을 끊었다. 끊었다기 보다는, 읽지 못했다고 해야 정확하다. 또, 대부분의 글 소재를 차지하는 사랑의 아픔이나 즐거움 따위 느껴본지 오래기에 이렇다 할 만한 문장도 없다. 길다면 길었던 일종의 첫사랑을 끝내고 난 후의 나는 끊임없이 이중노출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밀란 쿤데라의 말을 옮기자면, '두 세계의 만남'이라는 테마에 속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상반된 낙인이 찍히지만 그것을 피할 방법은 없고, 그런 묘책 따위는 애초 생각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