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日의 談 (생일담)

Heewon Eom 2021. 1. 3. 23:49

그간 생일을 지내왔던 동안에 얻은 교훈이 있다면 기대를 너무 하지말 것. 모든 사람들도 각자의 삶이 있음을 알고 다른 사람에게 내 행복을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행복한 생일을 만들 것. 그것이었다.
그래서 올해 생일은 왁자지껄 보내고 싶지 않기도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유년시절을 제외하고 여지껏 보내왔던 생일날들 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따뜻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하도 그렇고, 그들과 그저 떠들고 배불리 음식을 먹는 것이 이토록 행복하다니 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비관하고 남을 탓하기보다 내가 정말 가깝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그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 그것이 전부다.
내 행복은 타인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모양을 만들어나가는 거라는 걸 22살이 된 지금에야 알아가고 있다.

2021.01.02
-생일 전야-

어머니는 일에 바쁘시고 갓 스무 살이 된 동생은 저멀리 술에 취해 아버지와 단둘이 보낸 전야

아버지와 약 4시간을 토론했다. 토론이라 할 것은 너무 거창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만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지성을 나눴다. 사실 아버지랑 한창 청소년 시절에는 그렇다할 만한 대화를 못했다. 급격히 어색해진 사이도 한 몫할 것이며, 입시에 집중 한다고 서로 예민했다.
어제 아버지랑 한 얘기 중에 생각해보면 과거의 사건들과 미래, 즉 현재의 것들은 전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담론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겪었던 크고 작은 많은 것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아빠는 요즘 나의 가장 가까운 소울메이트다.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어제는 창업에 대한 이야기로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모든 기억들을 놓치지 않고 실현시키고 싶다.

자칭 오늘의 현대 미술; <불편한 진실>

항상 뭘 할때 나오는 쓰레기를 가만 못두는 성격에 어제는 손으로 꼼지락 거리다 이런 이상한 형태물을 만들었다.
의미 부여가 사실 현대 미술의 본질인 것도 같은 것이 어제는 내가 웃자고 한 작품에 아빠가 의미를 붙였는데 듣고 보니 꽤 그럴싸하여 기념으로 찍어뒀다.
아빠의 언을 옮기자면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색으로 포장된 이 페트병이 그 포장제를 벗기고 나면 사실은 환경오염의 주범인 페트병의 본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제목을 <불편한 진실> 이라 붙이겠단다. 꽤나 설득력 있지 않나?


THE PHILIPS
THE PHILIPS
THE PHILIPS





2021.01.03
-본일-

지난 밤 늦은 잠을 청한 탓에 느즈막하게 피곤한 눈을 비비며 아침을 맞이했다. 드물게 상쾌한 기분이었다.
비록 내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지는 못하는 생일이지만 어젯밤 집까지 찾아와 선물과 편지로 축하해준 나의 혜교를 포함해 휴대폰 블루라이트 너머로 전해지는 내 사람들의 축하의 말에 적잖이 감동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따뜻한 오전을 보냈다.

성인이 된 후로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이긴 하나 근래들어 자주 만나고 마음을 터놓는 내 고등학교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러 정릉으로 향했다. 생일이건 뭐건 그들과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과는 한번도 불편한 웃음이나 마음을 할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엑스칼리버 모양 생일 케잌

아아, 따뜻한 연초로구나. 곁에 있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사랑해야지. 그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나를 위해 삶을 살아야지 하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