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20년 여름과 겨울

Heewon Eom 2021. 1. 5. 23:45

작년에는 두 차례 제주에 갔다왔다. 거의 정기적으로 방문하는데 작년에는 매 방학마다 딱 두 번 갔다.
과거에는 정말 쉬려고 갔는데, 언젠가부터는 가도 쉬는 것 같지도 않고 지루하게 느껴져서 딱히 현생에 큰 권태를 느끼지 않는 이상 잘 안 간다.

여름여행은 혼자 나름 자연친화적이려 노력했고,
겨울여행은 동생이랑 관광을 잘 했다.

혼자가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누군가가 있어야 같은 공간에 있어도 크게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같이 있어야 재밌다. 혼잣말에는 한계가 있다.

- 2020 -

첫 날은 오후 비행기라 도착해서 빵 사서 들어가서 잤다
일어나자마자 모닝 커피 쌔리는 맛은 생얼에 큰 모자가 제맛
이가 부러지는 빵
혼자 출발~ 지금보니 여름에 내가 되게 까맣고 말랐다.
제주 필름로그 가보려고 일부러 찾아서 갔다. 찾아본 것보다 아담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위치에 있어서 조금 헤맸다.

어우.. 이때는 엄마도 바쁘고 해서 뚜벅이 여행했는데 하필 가장 더울 때여서 되게 고생했다. 땀을 많이 흘렸다. 다시는 안 하고 싶음.
사실 집에 필름 카메라가 있긴한데,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도 잘 모른다. 그리고 이런 필름 카메라만 파는 곳에 한 번 오고 싶기도 했어서 일부러 찾아갔다.

내부가 생각보다 작고 컴팩트했다.
그래도 아기자기 귀여웠다.

더워서 곧 열사할 것 같아 카페로 들어갔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땀 많이 났던 건 아직까지 기억.
엄마 만나서 만덕 분식이었나.. 이름이 잘 기억 안나지만 굉장히 쾌적하고 맛있는 곳

그렇게 혼자 놀다가 엄마가 일을 다 보셔서 만나서 밥 먹고 애월에 가서 바다 구경하고 아이스크림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건 잠옷으로 입으려 가져간 티셔츤데.. 그냥 이것만 주구장창 입었다.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밤에 배부르면 산책하는 버릇이 있어서 제주도에서도 예외없이 거의 매일 앞의 공원 걸었던 것 같다. 여름에는 확실히 티셔츠 하나 입어도 되는 간편함이 좋다. 여름이 조금 그립다.

사실 여름 제주도 여행 갈 때 건강한 여행 하고 싶었다. 한창 발레하고 있기도 했고, 여름에 입맛이 없어서 잘 안 먹었어서 채식에도 관심이 생겼을 때라 채식집 알아보고, 요가원도 알아보고 그랬다. 그래서 요가 느림원이라는 곳 예약해서 이튿날 아침 수업에 참여했다.

거기서 주는 요가복을 입고 은은한 조명의 방으로 들어가서 시작한다. 선생님 스타일이 굉장히 멋있었고 카리스마 있으셨다. 나는 이런 정석적인 요가원에는 처음 갔는데, 생각보다 고난도 동작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당시 했던 발레 때문에 유연한 부분은 유연해서 다행이었다. 선생님께서 게스트라 그런지 신경써주신 것 같았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목으로 지탱해서 몸을 반대로 뒤집는 자세는 못했는데, 그게 지금에서야 조금 아쉽다.

끝날 때는 누워서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비우는데, 내가 잘 안 되는 것이 느껴졌는지 선생님께서 큰 징 같은 것을 가져다 내 가슴 위에 올리고 쳐주시니 징~~ 하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가슴에도 진동이 느껴졌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그때 나름의 실연으로 생각이 많던 때였는데 참 도움이 됐다 그게. 다시 간다면 또 하고 싶다.

요가 끝나고 가려는데 놀러왔냐 하시면서 그렇다 하니 근처 맛집을 한 바가지 추천해주셨다.
근처에 코시롱이라는 채소비빔밥집 알려주셔서 거기로 갔다. 건강하게 운동하고 깨끗한 음식 먹으니까 참말로 힐링됐다.

요가로 땀 빼고 씻고 밖으로 나갔다. 근데? 갈 곳 없어서 카페에 앉아 책 읽었다.
솔직히 이때부터는 혼자 있어도 쉬는 것 같지도 않고 노잼이었다. 카페에서 아무나 붙잡고 술 마시러 가자고 할 뻔 했다. 엄마에게 이 얘길 전하니 미친거냐고 욕 먹은 건 후일담.

미스터 스시였나.. 맛있었다. 저 사케동 맛있었는데..
귀가


3일차였나.
이때는 역대급 태풍이라 했던 날. 이름도 임팩트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태풍 날 저 꼴로 스토리에 올린 것 지금보니 웃기다. 나름 귀엽고. 본인 집 날아가는데 그 앞에서 부리부리 댄스 추는 짱구마냥.

또책

그렇게 집에 있다가 민채랑 민채 어머니가 제주도에 놀러오셔서 만나러 나갔다. 민채랑 제주도에서 만나긴 처음이라 설렜다 은근. 그리고 어머니들끼리 대면하긴 처음이라.. 다행히 친구하셨다. 넷이 놀면 재밌다.

밥 야무지게 먹고

챙이네 숙소가서 자기로 했다 ㅎ

가는 길에 민채 폴라로이드

나름 풀파티..


저렇게 와인도 먹고 자려고 하는데, 때아닌 새벽에 갑자기 내일 아침에 제주시에서 예약해놓은 요가 클래스가 생각났다. 숙소는 서귀포시인데..
취소할까 하다가 굉장히 어렵게 예약 잡은건데.. 하고 아침 7시에 기상해서 혼자 버스타고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의지가 굉장한 요상한 인간...

근데 아침에 나오니까 안개 진 제주 풍경이 참 예뻤다. 절 있는 것도 참 좋다. 제주도는 특유의 채도 낮은 색감이 있는데, 안개 덕분에 그게 배가 되어서 보기 좋았다.

이거 들으면서 버스 기다렸나.
집념의 인간이라.. 옷까지 갈아입고 제대로 감
요가원 풍경

여기는 오전 요가 클래스하고 나서 채식까지 포함되어 있는 코스였는데 저 채식 정말 맛있었다. 은근 배도 부르고.
근데 요가 자체는 동작이 쉽기도 했고 어제 느림요가원 보다 훨씬 쉬는 느낌이 많아서 별로였다. 관광객 대상 느낌 물씬.
혼자 밥 먹으려 하는데 같이 클래스 들으신 분이 합석 요청하셔서 같이 먹었다. 아마 그때 첨 보는 분한테 내 연애상담했던 걸로 기억함. 나도 참 웃기는 놈인 것 같다. 돌아간다면 절대 안 하지요..

민채가 찍어준 컨셉샷인데 다소곳하네..

그러고 민채랑 이모 만나서 애월에서 놀다가 엄마 합류해서 야시장 갔다. 야시장에서가 진짜 좋았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예쁘고 음식도 맛있었다.

그날 밤에는 제주도 친구 만나서 술 마셨는데 제대로 고주망태되었던 걸로 기억. 이날 에어팟이랑 보조배터리 전부 잃어버렸다.. 한라산 다신 안 먹을 것 같다.
몇 안되는 제주도에서의 안 좋은 기억.

다음 날 일어났는데 숙취 때문에 사의 영역을 좀 오갔다. 오전내 누워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오후 즈음에 배고파져서 앞에 국숫집에 가서 고기국수 먹었다. 물론 저렇게 잠옷을 입고.

이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술 때문에 더 복잡해졌었다. 하루종일 글쓰고 책 읽다 그것마저 안되어서 빨리 저길 뜨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날 비행기표 제일 빠른 걸로 예약해서 바로 올라갔다.

바이바이 미나상..

이렇게 안전하게 귀가함으로써 여름 제주 여행 끝~


- 2020 -


이번 새해가 오기 전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가기 바로 전날에 은비 생일파티로 또 술청망청하고 다음 날 바로 비행기탔다.

엄마랑 희서가 데리러 왔는데 엄희서가 운전하고있음. 면허 1년차인 나도 아직 못하는데 너놈이!! 잘 하더군.

짐 내리고 장도 볼겸 희서랑 드라이브하고 왔다. 바람이 거셌던 기억..

다음날 일어나서 관광했다.
제주도 증맬루 따뜻했다. 외투도 안 입고 다녔다.

셀카 찍는 폼이 영 웃겨서 잘 안 찍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할 것 같다.

여기는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무슨 강아지 모티브로 하신 듯 했다. 그 강아지 실제로 봤는데 크고 귀여웠다. 카레 맛은 난 그냥 그랬다. 너무 밍밍.. 저 산도는 맛있었다.

집에 왔는데 엄마가 드라이브 하자 하셔서 나갔다.


다음 날

집 앞 중식으로 간단하게 점심 쎄리고

남은 3일은 숙소 잡아서 거기로 갔다.

슈톨렌 첨 먹어봤는데 맛 좋음. 아주 좋음.
씻고 사이드 조명 켜서 스리슬쩍 누워 책 보는 것은.. 찐행복입니다
기상

찬휘오빠가 빌려준 책인데 나는 원래 책에 흔적 남기는 걸 싫어하지만 이렇게 메모나 줄을 보니까 이해가 쉽긴 했다. 기억에도 잘 남는 것 같고.
그래서 저 메모는 기억하려고 찍어놨나보다.

희서랑 아점 먹으려 잠봉뵈르 맛집 검색해 갔는데 다 떨어져서 저 두 개 먹음. 사과 들어간 저 놈 맛있더라. 내일 베이글에 사과 넣어서 먹어봐야겠다.

아르떼 뮤지엄 유명하길래 가봤는데, 외관보고 잘못 온 줄 알았다. 가봤다면 알겠지만 무슨 물류센터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들어가면 공간의 외형이 이해되기도 하나, 조금은 더 신경쓰지..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내 사슴 맞춰봐.. 나름 고흐를 투영함
또책..


다음 날 아침

지난 학기 만든 피피티를 교수님이 문의하신다. 기분 좋아서 아침부터 엄마한테 자랑했다.
털모자 위에 헤드폰 끼면 귀가 짱따듯. 정말 따듯. 다만 소리는 잘 안 들림.

어우 여기 좋았어.. 뭔 봉이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하나 우뚝 솟은 저 놈임.

그래도 흑돼지는 먹어야 하니까 먹고
크리스마스 케잌 나름 사서 초도 불었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감

회국수 존맛. 미쳤음. 이거 하나 완뽕함. 또 먹고 싶다.
또또또책..

이러고 새해 맞았음.
24시간 즐겁진 않아도 매번 잘 쉬다 오는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