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오만의 긍정적 결론

Heewon Eom 2021. 1. 30. 01:17

나는 오만했다.

무의식 중에 난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것이 인간이던 사랑이던.

허나 난 아직 못 해본 것들이 화수분 같다. 아직 더 큰 세상에 나가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도 못 만났다. 저 어느 슬로베니아 같은 곳에서 키스도 안 나눠 봤다. 에펠 타워 밑에서 김환기 에세이도 읽지 못했다. 아직 할 것이 무진장 많다는 것.

사랑도 모른다. 이제야 한 번 아파보고 마치 그걸 통달한 듯 말한 것이 낯 뜨거워 질 정도로 난 아직 무지하다. 더 많은 모양의 사랑과 사람과 세상이 있다는 자각을 잠시 잊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누군갈 대신해서 눈물 흘릴 만큼 혹은 바다에 몸을 내던질 만큼의 사랑이라는 감정의 극도를 경험 못했다. 그게 지금 나다. 아직 할 게 너무 많다.

아직 책도 못냈다. 지금껏 습작 정도지 그렇다 할 대표작도 없다. 그림도 그렇다. 아직 엄마와의 사랑싸움도 충분히 못했다. 할머니를 귀여워 할 시간들의 총량이 좀 더 남아있다. 할 게 참 많다. 사는 게 참 즐거울 예정이다.

지식의 오만에 속지 말자.
경험의 한계에 속지 말자.

그것들엔 끝이 무존재하며 난 이제야 발가락 하나 정도 내민 신생아다. 그래서 삶이 기대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많은 걸 두려워하지 말고 내키는 것에 따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