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신념이 늘어간다
정말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건지.
자꾸만 이런 저런 선호와 취향, 그리고 신념이 늘어간다.
근래에는 바깥 세상과 아주 열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스스로를 정의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사실, 몰두하려는 고의는 없어도 그저 자연스럽게.

그간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느껴왔던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을 적을 수 있는 단어로 바꾸는 게 가능해진다.
1. 나는 한국적인 것이 좋다.
나는 한국적인 것이 좋다.
그와 동시에 동양의 다른 문화들, 예컨대 태국이나 동남아시아 어느 곳의 에스닉한 느낌도.
한국의 고전적인 것들이 주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그 느낌이 참 좋다.
이것은 비단 가구나 구옥, 의상처럼 시각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환기의 글을 좋아하며 이상을 좋아한다. 나타샤와 당나귀도 좋아한다. 환기는 모던 시대 속에서도 한국적 어조와 생활양식을 품고 살았던 사람이다. 그게 글 안에도 있다. 물론 그림 안에도.
경복궁 근처를 좋아한다. 높은 빌딩 사이에 둘러싸인 광화문 그 하나도. 여전히 봄바람을 간직한 그곳이 좋다.
한국적인 것들은 참 편안하고 수용적이어서 다른 서양의 것과도 잘 어울린다. 모던한 것과도, 심지어는 꽤나 힙-하다고 할 수 있을 만한 것과도 묘하게 어우러지는.
이런 이유로 나는 고전적인 것이 좋다.
특히 한국의 백색과 나무를, 좋아한다.
2. 나는 약속이란 것이 싫다.
나는 약속이 싫다. 버겁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한 약속일 때에는 더더욱 약속이란 행위를 꺼린다.
지킬 수 있을 지 보장 못할 약속을 할 바에는 안 하는 편이 낫다고, 그렇다고 언젠가부터 생각했다.
그래서 근래에는 사람들의 기대와 그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을 애써 뒤로하고 약속을 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책임지지 못할 것들에 대한 말을 하기 싫고, 책임이란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을 시 오는 스스로가 느끼는 고통을 느끼기 싫다 나는. 그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척이나 괴롭다.
버거운 죄책감이 동반되는 엄청난 결과 지향적 행위(일종의 자살 행위 같은)인 약속을, 나는 하기가 싫다.
그저 이 홀몸만을 마음 편히 감당하면서 나의 친구들을 어떤 부대낌 없이 편안하게 사랑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