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사유思惟
시간의 제사
Heewon Eom
2021. 6. 14. 01:41
오랜만에 마주한 친구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곤 집에 들어왔고, 기분은 어쩐지 꿀꿀하다.
영문 모르게 기분이란 것 한 구석이 찝찝한 것은 아마도 분명한 어긋남이 존재했기 때문이겠지. 그 친구에 대해 그리던 이미지와는 조금은 상반된 반응과 모습에 어떤 인지 부조화가 왔고, 나는 그래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뿐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반대의 경우다. K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이미지가 있을 터.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허나, 근래 나는 스스로가 외관에 그닥 만족할 만하지 않은 조금은 짜증나는 변화를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고, 그런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신경 쓰였나 보다. 전과는 조금 다른 제1타인의 반응에 그런 이유를 빗대어 보곤 한다. 그것도 이 꿀꿀 기분의 한 원인일 수 있겠다.
에이. 근데, 여전히 근사한 걸.
시간의 변화 앞에 속절 없이 변해갈 뿐인 이 인간들의 영문 모를 상호작용이 조금은 아프게 다가오는 밤. 결국 우리 젊은 날도 어쩔 수 없구나 하고 느끼는 새벽.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창창함을 기대하며.
그렇게 보잘 것 없는 격려의 말 남기며.
어색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