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일기

Heewon Eom 2021. 7. 29. 00:54


발레를 시작한 지 약 1년이 되었다. 그간 몇 개월이 지나도록의 공백이 있었기에 완벽한 일 년으로 카운트 할 수는 없겠으나, 근래 다시 발레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터라 발레라는 운동에 애정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어서 이렇게 글이라도 써본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발레에 대한 미지의 환상 같은 게 있었다. 예뻐보이기도 했고, 또 발레극을 보는 것도 좋아했어서 그럴 것이다. 초등학생 때였나, 우연한 기회로 발레 학원에 다닐 수 있었으나, 나는 당시 큰 감흥 없이 미술 학원에서 그림이나 그렸다.
그건 아마 단순히 발레를 환상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어린 나의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지독한 미대입시를 끝낸 후 동네에 딱 하나 있는 발레학원엘 찾아갔다. 곧바로 등록을 끝내고 분홍색 레오타드를 하나 샀다. 그걸 여전히 입고 있다.

발레는 예쁜 운동이 아니었다. 땀 한 방울 안 나는 고상한 예술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한 시간 수업에서 절반 가량의 시간을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에 쓴다. 수업을 끝내고 나면 레오타드는 땀에 젖고 앞머리는 헤어젤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딱 붙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가 가진 매력이라고 한다면 운동 자체의 목적만이 있지 않기 때문이겠다. 취미반이라 더딘 진도이긴 해도 발레 용어를 몸으로 하나씩 익혀가면서 올라가지 않던 다리가 올라가고, 되지 않던 턴을 성공했을 때의 성취는 참 크게 다가온다.
어느 것은 약간의 방송댄스 같은 구성도 있어서, 내가 한 작품의 행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순서를 외워서 한 구성을 해내었을 때 기분은 참 좋다.

사실은 조만간에 다가올 개강과 더불어 거주 환경의 변화 때문에 발레 학원을 다시 알아봐야 한다. 곧게 펴져가는 무릎을 다시 되돌리고 싶지는 않은 이유와도 더불어서 발레를 계속 이어서 하고 싶다.


🩰🩰🩰🩰🩰
발레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