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2분기

Heewon Eom 2021. 11. 5. 03:06

솔직하고 싶고, 또 조금은 가볍고 싶다.

ㅎㅎ

나에게 있던 일을 익명 없이 말하고 싶고, 전개상 단 하나의 시퀀스도 빼놓지 않고 말이다. 형식적인 것들에 신경쓰지 않는 진솔한 말을 하고 싶다.

한참 부족한 내 지식.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공부로서는 어디가서 얘기도 못 꺼내구나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교보에 가면 소설 쪽이 아니라 방향을 좌로 조금 돌려서 우주/과학 칸으로 간다. 근래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인데, 추천 받은지는 꽤 됐고 마음에도 그간 담아뒀으나, 저번 주 금요일에야 샀다. 뭐, 지날 일이 있으면 거의 매번 살 책을 정해두지 않아도 어슬렁 둘러보는 게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데, 이것만은 약 한 달 간 담아뒀던 놈이다. 금요일에 샀지만 거의 일주일이 지난 이번주 목요일에서야 처음 읽기 시작했다. 냉면과 홍상수, 경희궁 단풍으로 마음은 이미 한도치로 촉촉한데, 거기에 펠트커피에 가서 산미 강한 커피 하나 따뜻하게 시켜서 가만히 앉아 첫 장 시작.

정말 연달아 느낌이 좋다는 말 밖엔 안 나온다. 어쨌거나 눈으로 전달 받는 텍스트인데, 이렇게 머릿속으로 그림 그리며 읽어지는 책은 오래간만이다. 조금만 기척이 느껴져도 집중력이 팽 하고 사라지는 근래였는데, 오늘은 정말 다르다. 이게 독서였지 싶다.

수련의 길이 아직 희미하다. 좌우당간 현생의 물건들을 잘 이용해볼 생각이다.


밀도 있지 않은 부원면옥. 옆동네 우래옥이나 을지면옥에 비교하면 퀄리티의 촘촘함은 확실히 떨어진다. 헌데 그게 우월의 차이가 아니라 종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말이다. 이 맛대로 참 좋더라. 적당히 첨가의 맛이 나면서 여기 남대문 시장상인들에게 적당한 자극도 됐을 것 같은 맛. 언뜻 평냉의 미관을 해치는 것 같아 보이는 절여진 오이가 일품이다. 고명으로 올려진 고기는 영 아닌데, 오이가 정말 맛있다. 이 새벽에 바로 생각나는 걸 보니 중독성으로는 우래옥보다 한 수 위다.

곧 누구라도 데려가거나, 아니면 혼자 빈대떡에 물냉하나 먹으러 갈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