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대한 생각
나는 사람을 가린다. 재밌는 대화가 오고 갈 때부터 얘랑 친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뭐, 잘 맞는 사람이 세상에 아예 없겠냐만은 일단 한정적인 건 부정 불가.
옛날에는 재미 없어도 계속 만나야 하는 게 친구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주객전도도 그런 말도 안되는 주객전도가 있겠나 싶다. 아마 보통의 학생들이 하게되는 공동생활에서 나온 습관이지 않나 싶다. 하여간 만나면 영혼이 통하기는 커녕 에너지만 뺏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뭐 같잖은 주제로 얘기해도 묘하게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 일단 그 형용불가한 미스테리함이 끌리는 영혼의 본질 같긴 한데, 쉽게 말하자면 아는 거 많고, 본 거 많고, 느낀 거에 대해서 정리를 좀 한 인간들이 대개 그랬다.
그래도 인간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가끔 구경거리로 재밌는 해프닝이 있어서 실없이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정말 침만 튀겨대는 인간에게도 적어도 1분 정도 분량의 얻을 거리는 있다고 아직 희망을 갖는 어린이라, 다양한 사람들 만나는 것에는 거리낌 없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게 다반사지만 그렇게 범위를 좁혀 가는 거라고 자위한다. 좌우간 내가 만든 틀에 갇히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년의 나이 먹어서까지도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호기심이다. 호기심으로 누군가 따라가보기도 하고, 술도 마셔보고, 먼지로서 동지애도 느껴보고 이런 게 중요하다. 암튼 지금 나에게는 들여야 할 습관도 많고 봐야 할 것도 많고... 엄청 바쁜 삶이다.
음... 근래 본 것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낮타임에 냉면 먹고 홍영화 보러 간 거. <당신 얼굴 앞에서>는 두 번째인데, 첫 번째 볼 때랑 느껴지는 게 아예 다르다. 그 근간에는 내 감상의 차이보다는 큐레이팅의 차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ㅋㅋ 뭐 그래도 좋은 선생님 있는 게 다행이지. 신문로에서 발레하고 열띤 강의 듣고 그게 나는 참 좋았다. 오전에 비도 좀 왔던 것 같은데 날도 좋았다.
다시 돌아가서, 그래서 내가 남자친구를 못 사귀나? 하는 생각도 버릴 수 없다. 남자친구라는 게 현시점에서 나에게는 같이 놀아줄 친구 정돈데 뇌 속 보물창고 정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없으면서 바라는 건 기만이겠지만서도 영혼이 맞아야 같이 놀 거 아니야. 남자친구든 뭐든 부르면 볼 수 있는 인격체 정도면 족하겠다. 아마 평생 혼자일 것 같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