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사유思惟

겨울이 너무 길다.

Heewon Eom 2022. 2. 22. 00:18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나친 피로를 느낄 수 있다니. 그러니까, 말하자면 정말 몸이 녹아 없어질 것 같은 고뇌를 수반하는 피로 말이다.

정말이지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 정도의 괴로움을 준다. 그렇게 계속 듣고 있자니 정신이 피폐해져 곧 모든 물신이 재가 되어 날아갈 것만 같다.

지나친 정신 노동으로 약간의 두통이 몰려올 때 즈음 나는 생존본능의 일환으로 무작정 그곳을 뛰쳐 나온다. 그러고서는 아무 목적 없이 서점에 가 미식에 관련된 -아무 목적성 없이 눈에 띌 뿐인 책- 책 목차를 훑다가, 그러면서 머리를 환기하곤 하는 것이다. 정말 그 시간 마저 없으면 곧장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질 것 같아서다.

근 몇 년간 이토록 정신이 아프다 느꼈던 때 있었나. 말 그대로 고통스럽다. 최근의 나는 쉴 틈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고서야 죽어있는 채로 사는 존재가 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