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은 내 안에 있어요.
소녀시절에,
학교 갔다 특별한 일 없으면 집에 와서 여러 영화, 당시 유행하던 팝송, 잡다한 예쁜 것들 만들고 찾아보고 들어보고 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소중하다. 그게 날 만들었다.
근래 서울은 좀 이상한 것 같다.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부의 것으로 문화 및 정서적 만족을 얻으려하는데, 그래서 맛집이며 의미없는 전시 같은 게 즐비한 듯 싶다. 나또한 대학생이 된 후부터 꽤나 많이 그러한 외부의 즐거움에 내 만족을 의지했다. 집에서 찾아보는 여러 매체보다 분명 다채로워야 할 것이지만 외부 자극은 다음날 눈 뜨면 사라지곤 했다. 근래까지도 이유를 몰랐다. 삶의 만족도가 학창시절보다 떨어진 듯한 기분을 말이다. 진정 좋아하는 것을 오랜 시간 들여 알아보고, 몰두하고,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잊고 있었다. 키는 그거다.
예컨대,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DVD를 빌려 바비 프린세스 시리즈를 주말 아침마다 봤다.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도 간간히 찾아봤다. 중학교 3학년 때는 rock에 빠져 새벽까지 잠 안자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잤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뒤늦게 해리포터를 보고 푹 빠져 옆반 혜인이와 이야기하고 해리포터 굿즈를 얻었던 일도 있다. 인간실격을 필두로 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던 민음사 고전서를 털어가듯 읽었던 것을 포함하여…, 어쨌든 나를 만든 역사는 내가 스스로의 세계를 단단히 만들면서 이뤄졌다.
맛있는 베이커리를 찾아다녀보고, 매일 같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할 일을 하는 것도 가끔은 좋지만 나는 살아가는 일에 바빠 내 선호를 탐독하는 것에 많이 무뎌졌다.
내 삶의 만족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스스로 좋아하는 걸 해보길 경계하지 말기로 했다. 오늘부로 그렇게 다시 다짐했다. 과거의 나로부터 배운 건 이거다.

음. 조금 더 이어가서 내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성인이 된 이후니까 비교적 최근이라 해두자).
스피커, 방의 한 면을 차지할 정도라도 괜찮으니 새가 지저귀는 것보다는 둔탁하면서 청아하게 울리는 놈을 하나 가지고 싶다(이와중에 물질적으로 귀결되는 관심사는 늘 짧은 만족이던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면 청각의 고결한 만족이라 해두자, 행위에 의미를 두자). 기회가 되어 좋은 음향으로 음악을 듣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근근히 생각날 정도다. 전자기기에 달린 스피커로만 들을 때는 몰랐지만 감도 자체가 다르다. 스포티파이에서 가끔 추천 노래를 듣다보면 이어폰으로만 듣기 아쉬운 것들이 몇 있다.
홍상수. 그의 영화를 본 건 21년 봄. 그래 딱 작년 이맘때 즘이다. 토익학원을 통학하는 길에 휴대폰에 다운 받아 걸으면서, 지하철 안에서 내내 봤었지.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처음 봤다. 과거 개봉 시기에 시도했던 적 있지만 홍영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10분도 못 보고 꺼버렸다. 아무래도 모든 것에 적기가 있긴 한 건지, 몇 해 뒤에 보니 이토록 유쾌할 수가. 분명 잔잔한 기조로 여러 클래식 곡조 나오며 배우의 표정은 하나같이 진지하기만 한데 모든 대사가 재미있었다. 여기서 재미는 일명 “깔깔깔”의 재미가 아니라, ‘미쳤구나…’의 재미다. 지성인이라면 이해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풀잎들>과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것이 좋은데, 두 개는 계속해서 보게되어 고른다. 넷플릭스에서 풀잎들이 곧 내려가던데, 아쉽다. 근래 봤던 신작도 좋았다. 많이 좋았다. 최근 홍영화 중에서 제일 좋다. 그가 하는 덧없음의 말도 좋고, 전달 방식도 친근하나 세련됐다.
우와…
이거 두 개 말고는 딱히 생각이 나질 않는다. 혹여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게 무어냐 물어보면 말할 것도 없겠다. 큰일 났다. 이렇게 재미없는 인간 아니었는데.
그간 스스로에 참 무심했구나 싶다. 타인의 삶, 광고처럼 외부의 것만 향유했지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을 다시 들여다 볼 기회 주지 않았구나 싶다.
다시 일기를 써야겠다.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아! 조금 적은 지분으로 생각난 것..
요리와 꽃꽂이(아직 플라워샵에서 구매하긴 하나).
진짜 재밌는 두 개. 학창시절 때와 지금의 관심사 탐구법의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매체(간접체험) 위주였지만, 지금은 현실에서 하는 직접적인 것으로 바뀐 듯. 뭐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