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사유思惟

그러면 너는 그제서야 나에게 오는 듯했다

Heewon Eom 2022. 8. 18. 22:14

한바탕 땅에서 질퍽이다가

더 이상 흐를 수 있는 게 몸에

없어 다시 주워서 일어서면

 

너는 그제서야 나에게 오는 듯했지

 

그러고도 이 됨됨이로 대지에 서

있을 자신이 없어서 나는 자발하여

나를 녹여서 빨간 아스팔트 위에

끈적끈적하게 나를 붙여놓고는

또 밟히기만 기다려

 

그래서 내 액이 마침내 더러워지면

나는 먼지와 담뱃재 붙은 채로 나를

다시 만들어서 너를

볼 거야

 

그리고는 더러워진 내 육신을 빌려

네 이마에 총구를 겨누고 다시

말하길 사랑이 뭔지 아냐고

 

너는 뭔지 안다고 그럼

나는 뭔데 하고 대답이

없는 네 눈을 보고 다시 

생각을 고쳐서 거짓말은

생각도 말라고

 

그래도 너는 안다고

안다고 안다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