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사유思惟

8月30日 日記

Heewon Eom 2022. 9. 5. 00:30

아픈지 나았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샤워를 한다. 당연히 외출을 염두에 두고 벌인 짓이다. 물론 물 맞기 전에 노래도 크게 듣고 선글라스도 써보면서 쇼를 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끼니도 챙겼다. 깨끗이 샤워도 하고 옷도 골라서 입고 화장도 새롭게 했는데 어느 새에 해가 졌다. 날도 구려서 어딜 갈 맛이 안 난다. 그래서 친구한테 전활 걸었다. 걔도 집에서 심심에 땅을 치고 있다. 그나 나나 영 같은 판이다. 이런 걸 영판이라고 하던데. 아무것도 할 게 없으면서 옷을 갖춰 입고 라이터 하나와 담배 한 개비 챙겨서 집 앞에 선다. 오늘의 외출을 이어갈지 고민하다 동네에 있는 커피집에 그냥 가기로 한다. 내일부터는 아침 컴퓨터 학원에도 가야해서 놓쳐버린 진도도 잡을 겸 랩탑을 챙긴다. 거기에서는 티를 시킨다. 그곳에 가면 늘 가까운 밤이어서 커피를 마실 엄두가 안 난다. 영 촌스러운 행태이지? 앞자리에 앉은 한 쌍이 지나치게 입을 맞춰댄다. 그들의 나체를 국물 우려서 내다 팔고 싶다는 생각으로 듣는 이어폰의 음량을 높인다. 아무래도 영 짜증이 나서 한 시간만 있다가 나왔다. 아프지도 않고 바람이 선선해서 오늘의 산책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러고 집에 와서는 간식거리에 배를 내어줘서 산책이 필요하다고 재판한다. 비가 오려나 축축한 날에 바지도 안 갈아입고 늘 가던 오르막에 오른다. 며칠 전에 지나간 놈놈놈을 만나서 은근히 약이 올랐다. 뭐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어서 이어폰 소리를 줄였다 드높였다 한다. 그런 일은 없지만. 머리가 잘 땋아진 날에는 원래 그렇다. 인간을 만나지도 마주치지도 죽지도 않는다. 날개 활짝 핀 공작새처럼 갈기도 빗었는데, 제길이다. 제 운명을 따르기도 약 오른다. 성격이 상승곡선으로 지랄 맞아지는 건 기분탓인가 생각도 한다. 오늘 입은 바지는 다리 사이에 공백이 넓어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데 이어폰을 빼면 영 거슬릴 테다. 요즘 나왔다는 여가수들의 노래를 듣는데 어울리지도 않게 신이 난다. 꼬리 흔드는 우리 집 강아지 같은 모양새로 흔들다 보면 꼴사납게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하건대 오늘이 마지막 쉼이 될 것이다. 다시 넓기만 한 수영장에 팬티 차림으로 첨벙해서 철렁이는 심장 부여잡고 나머지 브라를 찾을 거다. 아주 기대되고 가슴이 벌렁거린다. 덜렁이지는 않는 가슴을 안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