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사유思惟

In the black hole, 블랙홀 안에서.

Heewon Eom 2022. 10. 10. 20:02

눈이 벌겋고 낯이 없는 신입이 들어왔다. 고참이 되기 직전인 나는 이 시간의 길이에 맞춰 다리 하나를 잃었다. 너는 한바탕 절규하면서 네 사랑의 매매를 바라보았지. 벨이 텅텅하고 울릴 때 너는 안 그래도 없는 낯의 마지막 지방 덩어리를 뜯어버리고. 너의 사랑이 카트에 실려나갈 때, 나는 손가락을 물려줄 수도 없어 그저 바라본다. 이미 말려버린 사람들은 너의 대성통곡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혈빛이 낭자한 이 공동 판매장의 벨 소리는 그칠 리 없고, 이윽고 한 사람씩 다리를 잃어가며. 암흑의 공간에서 떠나갈 이는 단 한 명도 없고, 나 또한 끝내 구원받지 못한 채 모든 팔과 다리, 마침내에는 너처럼 낯을 잃어버리리라. 블랙홀과 필연코 하나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