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 따위의 것
짧은 문장 안에 진의를 담아야 하는 것은 내게 너무나 큰 과제다.
특히 누군가의 장난스런 글에 정해진 문장 체계 내에서 대답해야 할 때 고난은 시작되는데, 짧게 너에게 마음을 전달하라면 나는 일생일대의 숙제를 받은 것 마냥 지나친 고뇌로 머리를 굴린다. 추리고 추려낸 글은 의미는커녕 해석조차 잘 되지 않는다.
일례로 그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 나름대로의 소셜미디어가 있어 댓글을 달고 나면 그 친구는 급히 말하길, 내버노아라?
내버노아라... 한글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닌 그 한 문장을 한참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you never no eye line 이었다. 난 아이라인 안 그린다 따위의 답글을 남겼었다. 그 밑에는 친한 친구의 폭소 댓글이 달렸었고 이해 못 한 인간은 나뿐이었다. 수년이 지나 소셜 미디어식 소통에 익숙해진 세대이자 경험자이자 나름 이 시대의 젊은이인 나는 여전히 그것이 어렵다. 대화로 오고 가는 짧은 문장을 글로 써 한 마디에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말을 담아야 한다니 내게는 여전히 고난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는 너와도 이곳을 오고 싶고, 여기는 처음 가봤는데 패티가 꽤나 맛있더라, 사실 음식 맛보다는 동네 분위기가 좋았어. 너가 이곳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같이 먹어도 보자, 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늘 놀림받던 말처럼 진지충이 되기 일수여서, 그리고 그 공간은 모두가 열람 가능한 나체의 공간이어서 나에게는 진지할 용기가 없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여서, 나는 여전히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의 카카오스토리를 골똘히 바라보며 고민하던 채로 남아있다. 문해력이 느리고 재치가 떨어지는 것이라 자책하기 일수였지만 나이가 먹으면서 좋은 점은 자아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게 된다는 거다. 지금의 나는 내 만족 영역에 들기에 꽤나 나쁘지 않은 인간이어서,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짧은 문장으로 너에게 다하지 못한 진심을 전달하느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내가 좋다. 시대의 것들은 인간을 정의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알아봐 주는 것은 눈앞에 놓인 두 동공이기에 나쁘지도 않고 좋은 것도 아닌 나라고 받아들이는 나다.
하루가 간다. 참 빨리도 간다. 매일 몇 개의 일을 해내기에는 의무의 것들과 자유의 것들이 논쟁하는 나날이어서 나를 잃기 쉽지만 정말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출근길에 읽을 바우하우스 책 하나 챙겨 간다. 나는 그렇게 산다. 잃어지는 것들과 매일 전쟁하며 붙잡기 위해 산다. 또한 그 힘을 믿는다. 모든 전장이 모여 기억될 전투가 될 걸 신의하며 그냥 산다. 나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