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마도, 경쾌 속에서 젊음
경쾌한 시간 사이에서.
늘 요즘날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 되었건 겨우내 느꼈던 눅눅한 감정은 여전히 침대에 머물러 있으나 몸을 일으키면 싹 달아난다. 아마도 날씨의 힘이다. 나는 순간순간 들뜬다. 삶에 너무 들떠 있을 때면 일종의 누르기 행위를 하게 되는데, 대개의 경우 과거에 듣던 음악을 듣거나 혼자 시네마에 간다거나 하며 수행된다.
무언가를 순수하게 대하는 방법을 잊었나. 현재가 그다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속될 것 같은 젊음은 머지않아 타들어 갈 것을 안다. 다만 생각하지 않으며 즐길 수는 없는 법이라 골머리 아프다. 지나친 성찰은 성장의 저해를, 단순한 유희는 삶의 낭비일 뿐이다, 아마도. 영화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그리 따지는 음악과 영화의 취향, 당신은 어떤 책이 가장 좋았나요, 시간이 주어지면 어떤 행위로 마음을 달래나요, 어떤 대화를 할 때 눈이 빛나요?, 어쨌거나 나조차도 향유하고 있지 못한 질문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체화되어 버린 과거의 기억 안고 상대를 재려 든다. 못돼 먹은 습관이다. 너나 나나 네 옆 강아지나 머지않아 할머니할아버지 되어 허허. 조금 더 순수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갈망하게 되는 건 어쨌거나 순수성이다. 나는 과연 진짜가 될 수 있는가. 고등학교 시절 서연이가 물었던 진리에 대한 대답이 떠오른다. 진리는 태초로 되돌아가는 것.
날리는 벚나무 잎 사이에서.
고뇌 속에서 즐겁다.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오늘의 입에 붙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