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사유思惟
살갗이 되는 상실
Heewon Eom
2020. 9. 4. 04:24
상실은 어쨌거나 언제든 우리 안에 있어.
우리는 그걸 흔히 경험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래서 삶을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상실을 겪게 되고 이제는 떨칠 수 없이 내 몸의 가죽 하나가 되어 같이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닐까.
가죽이 점점 두꺼워 질수록 나도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지. 그래서 더 베짱 좋은 두터운 가죽으로 여유롭게 인간들을 대하게 되는 것이지. 결국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를 두껍고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의 연속이지. 그 부피는 다르더라도 모두가 자신만의 몸집을 만들기 위해서 여기저기 부딪혀 보려고 하는 것이 보이는데, 그래도 그 과정이 꽤나 아픈 것은 사실이기에 바라보는 것도 안타까울 뿐더러 나조차도 꽤나 아프다.
결국엔 ‘경험치’라는 무미건조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단어 하나로 정리될 감정들이지만 아직 피가 흐르고 있는 지금은 꽤나, 많이 쓰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