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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시발.
씨발.
기분에 좌우되고 있다. 생일이라는 관념 아래 조금의 엉킴도 용납 못하는 공주병이 발생하여 모든 자잘한 것들이 거슬리고 짜증난다. 긴장하며 몇 달을 보내는 것에 지쳐서이기도 하고, 긴장하며 사람을 대하는 것에 아무런 실익도 없는 걸 알아서 느슨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대하려 했는데 그러다보니 험한 말이 나왔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긴장 상태로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현재로서는 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이 나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럴 이유도 없는 것 같다. 내가 향유하는 것들이 내 능력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며 종의 의식을 갖다보니 긴장을 풀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실은, 결국 내 삶은 내 것이고 옆에 두고자 하는 사람도 내 의지이자 선택이다.
근래에 모든 상황이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기분 좋은 신기루 전야 같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모든 상황은 존재하는 현재일 뿐, 나에게 이미 주어져야만 했던 것이다. 좋은 시간에는 주인도 없고 종도 없다. 다만 나라는 주체 밖에는 없다. 청산할 필요 있는 것은 다만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삶을 더 나아가게 하는 길의 오직이다.
현재로서는 전부 짜증나고 거슬린다. 한숨 자면 나아질 것이라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있어 괴로움이 심하진 않지만, 지금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생각하건대 방금까지의 시간에 내 과오는 딱히 없어 보이며, 상황을 질질 붙잡고 매달릴 이유도 명분도 없다. 내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타당하며 정당하다.
지금은 짜증을 내도 된다는 결론이다. 그럴 만 하다. 올해에는 조금 더 솔직해지자. 내 눈에 보이는 새로운 것들을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라 받들기만 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내 시간은 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향유하자. 그게 누굴 만나든 어디에 있든 솔직해 질 수 있는 길이다.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하며 소중하다. 내 시간은 내 것이다. 따라서 내가 만나는 사람과의 시간도 내가 선택한 시간이다. 어찌보면 당연히 내 거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다 꺼져도 된다. 오늘 새벽은 이토록 삐뚫어져도 괜찮다. 희원 고생 많았다.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해. 22년 전 태어난 널 정말 사랑해. 태어나서 고마워.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보며 살아.
내일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낳아줘서 고맙다고 해야겠다. 이렇게 재밌는 세상 선물 해줘서 감사하다고. 아빠에게도, 할머니에게도.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진다. 살아있다는 건 가끔 말도 안 되게 좋은 일이라고 느낀다.
과도기를 지나가며 한겨울에 나에게 쓰는 편지, 태어나서 수고했고 앞으로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