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소용돌이는 최근 가득하다. 대개는 나의 앞 날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공부를 최대한 멀리하고 살았다. 그리고 최근 어쩌면 나는 이것이 가장 나의 적성이라 생각하며 공부를 대하고 있다. 아는 것의 유희를 느낀다. 쉽게 얻을 수 없어서 더 갖고싶다. 지난 날보다 웃음은 없겠지만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즐거움은 늘어날 걸 안다. 그리고 엄청나게 조용한 시간이 그리워졌다. 실리를 추구하는 내가, 나는 좋다. 이제는 술에 진탕 취해 음악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아는 것의 맛을 아니 그닥 구미가 당기는 것도 아니다. 내 전문성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에만 골몰해있다. 논리학 책을 빌렸다. 법을 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자유가 주어지는 일이다. 창창한 젊은이로 살고싶다. 내 포텐셜을 믿어줄 가장 가까운 ..

하다가 그만 두고 피곤해서 자고 어려워서 그만 두는 게 일상인 나는 못다한 것들이 무덤처럼 쌓여있다. 어쨌거나 최근에는 블로그를 잘 정비하는 일을 무언의 숙제처럼 등에 지고 있는데 어려워서 그만두길 일주일 째다. 오래간만에 계획을 세웠다. 개중에 블로그 개설이 있어 이것저것 만져보는데 그래도 구면이라고 조금은 알겠다.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거군. 요즘은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글감을 안 잊으려고 메모에 한 줄 씩 떠오를 때마다 적어두는데 막상 집에 와 풀어쓰려니까 하기싫음이 소용돌이 친다. 어쨌든 여러 개 메모해두고 그래야지.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나. 일에 치여가지고는 글을 적는다던가 책을 읽는다던가, 가만히 뭘 만든다던가 하는 것은 다 시간을 짬내서 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

눈 감기네요. 이틀 분량 살았던 하루. 내일도 살아내야 될 일정이 있어서 급한 듯 눈 감기. 영감영감영감. 여기도저기도. 왜불러어. 수기일기는 밀린 지 이틀 되었네요. 내일 저녁 즘에는 공부하듯 시집 읽고 일기 쓰듯 글을 써야겠네요. 하이데거 개념은 영상으로 하루에 하나씩 공부해야겠어요. 평전은 사둔 것 있어서 마저 읽으면 될 것 같아요. 영어는 자꾸 까먹어서 겉멋만 남은 노멋인간이 되어가요. 문학은 좋지만 도취되지는 말아야겠어요. 어쨌든 언어에만 집중하면 본질을 놓치니까요. 나는 그래 왔고. 놓쳐서 우리 대화도 날아간 적 있으니까요. 현존재는 오늘도 걱정불안근심 많은데 그것보다 내 안에 들어온 게 많은 하루라 역설적으로 편안했네요. 가끔은 그립지만요 특히나 오늘 마지막 담배를 피우며 눈 마주친 별 같은..

아무래도 글보다는 사진이 감도가 더 높으니까. 물론 여기서의 감은 아주 피상적인 감만 칭하지만. 요 근래에는 스스로 찍는 사진이 늘었다, 사진첩에 대부분은 시집을 댕강 찍거나, 의미없는 그래픽, 셀피.. 들. 대개는 각을 전혀 잡지 않은 얼굴 확인용, 오늘 같은 경우에는 뒷머리 확인용. 아무래도 전면 카메라가 다시 편해지나보다. 그리고 내 친구랑 얼굴 못 봐도 이 얘기, 저 얘기하는게 되게 큰 낙. 락, 낙, 낙. 오늘은 산책이 길어졌고 슈만 노래를 반복재생 했으며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할텐데, 라며 졸린 눈을 걱정하는 날이다.

소녀시절에, 학교 갔다 특별한 일 없으면 집에 와서 여러 영화, 당시 유행하던 팝송, 잡다한 예쁜 것들 만들고 찾아보고 들어보고 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소중하다. 그게 날 만들었다. 근래 서울은 좀 이상한 것 같다.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부의 것으로 문화 및 정서적 만족을 얻으려하는데, 그래서 맛집이며 의미없는 전시 같은 게 즐비한 듯 싶다. 나또한 대학생이 된 후부터 꽤나 많이 그러한 외부의 즐거움에 내 만족을 의지했다. 집에서 찾아보는 여러 매체보다 분명 다채로워야 할 것이지만 외부 자극은 다음날 눈 뜨면 사라지곤 했다. 근래까지도 이유를 몰랐다. 삶의 만족도가 학창시절보다 떨어진 듯한 기분을 말이다. 진정 좋아하는 것을 오랜 시간 들여 알아보고, 몰두하고,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재..

봄 날씨 그닥 즐기지도 못한 것 같은데 3월은 어느새 일주일만을 남겨두고 있네. 시간 참 빠르다. 늘 알고있는 명제임에도 진부해지기는 커녕 매번 새로운 의미로 크게 다가온다. 너무 빠르게 가버리는 시간. 파릇하고 패기 넘치는 젊음도 얼마 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마냥 웃다가도 없는 걱정 만들어서 하는 나의 20대. 또 그러다가도 현재의 유희 놓을 수 없어 즐기고서는 삶의 의미 다져보는 나의 23, 3월. 언제나 주변 모든 것들이 안정적이길 바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란 걸 이제는 안다. 다만 이리저리 소용돌이 치는 모든 혼란 속에서도 별 것 아니라 마인드 컨트롤 하는 거지. 사실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 속에서 힘을 쓰고 애달파하는 거라 말로 다시금 상황을 정리하면 그만인 게지. 늘 느끼지만 말..

예상은 했지만 잠이 안 옵니다. 우선 이번 주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에 몸이 녹아 예정된 날들 모두 연기되었고, 그때 나는 내 몸도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늘 중요한 일 전이면 인간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나에게도 그럴 줄은 몰랐어요. 월요일은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아팠어요. 덕분에 하루만에 2키로가 빠졌더라구요. 그건 오늘 재보아서 알았지만은. 덕분에 미뤄진 일정에 예기치 못한 라스트 휴가 받은 느낌으로 잘 쉬었어요. 내게 남은 일을 정리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또, 편안하면서도 긴장되는 마음으로. 두 달 전 평균율에 처음 일을 시작한 때와 비교해보면 나는 거기서 많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에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았고, 돌아보면..
지난 주말은 외할머니의 생신. 예쁜 스카프와 잠옷을 포장해 선물로 둥둥 가져가 연신 happy birthday! 를 외치고 밥상에 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평소 해산물을 좋아한다. 지상육류에 비해 비교적 가벼워서. 그 날 밥상 위 메뉴, 개중에는 굴이 있었다. 한 입 먹어보니 신선하고 가벼운 게 마음이 쏙 들어서 많이 먹었다. 그게 트리거다. 저주의 시작. 으으윽!!!!!! 그 날 밤엔 배도 부르고 지난 밤 수면양의 부족으로 바로 잤다. 다음 날 은근히 더부룩한 끼가 가시지 않는 게 기분이 나빴지만 별스럽게 생각지 않았다. 보통 나의 위장은 늘 그런 느낌을 내뿜었으므로. 부암동으로 돌아와 자소서를 이어가는데 속이 지나치게 안 좋았다. 계속 앉아만 있어 그런가 하고 얼른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이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