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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엔 늦은 오후에 살고있다.

늦은 시간 속에서 삶을 지속하는 것은 꽤나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 시간 속에서 얻는 것도 필연히 있기에 타의적으로든 내 속의 무의식에 의해서든 지속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내 안에 내재하는 부엉이의 기저를 부정하게 됐다. 긴긴 새벽 속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여 나름대로 내 삶의 방식을 좋아하던 때도 있었지만, 개성과 불문하여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아침 속에 존재한다고 느낀 것이 이유다.
아침 속에 사는 것이 절대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에게 평등히 주어진 시간을 그나마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년 3월 15일 화요일, 오늘도 간신히 오전에 눈을 떠 몰아치는 수업을 나름대로 헤치우고 난 후, 어느새 해가 지기 전 몇시간 만을 남겨두며 조용한 부암동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고서는 이동하는 시선을 따라 내가 사는 이 집 돌 바닥을 메꾸고 있는 세월 어린 이끼를 바라보며 이 안에는 어떤 세월과 사람이 스며들어 있는 지를 생각한다. 주변 환경에 시선을 거두고 살아간지 오래되었음을 간신히 자각하고 난 후 그간 글쓰는 행위에 무심했음을 반성한다. 조금의 불안감 내지는 조급함으로 점철된 자그마한 시간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데스크탑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로 조금의 자기 위안을 해본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려 이곳에서의 삶을 보낸지 약 몇달 만에 나는 세상살이에 조금은 능숙해졌지만 아직 어쩔 수 없는 내 본질을 버릴 수는 없나 보다. 가끔은 스스로의 기저를 잃는 것이 두려우리만치 그리울 때가 있으면서도, 성장하지 않는 것에 심한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약한 걸음걸이로나마 나아가고 있을 테다.
지금의 단순한 행동거지로 말미암아 간만에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며 내 방을 나서서 있는 설거지 및 빨래를 헤치울 참이다. 응. 맞다. 나는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단지 묻혀버리고마는 모든 역사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내 삶을 사랑함에 의심 없다.

결국 나는 지금 이 땅에 묻혀있는 모든 이끼들처럼 될 지라도 많은 것을 보고, 정말로 무언갈 이루고 싶다. 가능하리라 믿는다. 이제 어서 며칠간 관심 가져주지 않았던 티팟을 깨끗이 씻어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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