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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포함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건 저에게는 너무나 피곤하고 소모적인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공감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며 나자신이 가장 좋은 저로써는 상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있는 힘껏 공감하는 모습 보여야 하고 스스로보다 상대를 더 좋아한다는 말 뱉어야 하니까요.

적당한 거리가 좋습니다. 마음이 부대끼는 일 없이 건조하고 말끔하니까요. 너무 먼 사이는 오히려 지나친 자기의식으로 공포스럽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운 사이는 생각하고 고려해야할 것이 무척이나 많아집니다.
생각하건대 비단 인간관계란 일방의 잘못 내지 부정 없더라도 상황 혹은 시간의 맞물림에 따라 어긋남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임에도 그 잠깐(혹은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있는)에 쓰이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지나치게 큽니다.

어찌보면 지난 수개월간 허상론에 빠져 살았던 것도 그러한 마음의 부력 전부 부정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지금도 마음이라는 명제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 됩니다. 그 효력에는 의심 없습니다.

처음 깊은 관계를 맺고 난 후 거기에서 파생되는 스스로의 나약함, 피로, 미련, 고통 내지는 멍청함에 참으로 큰 절망 겪었습니다. 아무래도 내 삶은 잔잔하고 스스로를 위주로 돌아갈 때에 만족감이 가장 크다 느꼈던지라 필수불가결한 해체의 아픔 전부 겪은 후에 적당한 관계를 최상의 선이라 여기고 살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잔재는 없어질 기미가 없습니다. 여전히 혼자가 좋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느라 할 일을 못하거나 잠을 못 이룬다거나, 필요이상의 마음을 쓰거나, 시도때도 없이 텍스팅을 해야하는 것 따위에 불편함 느낍니다. 어쩐지 진정 내 삶이 아니라 잠시 스쳐가는 이벤트 속에 있는 나 같달까요.

아, 고통스럽습니다.

지난 2년간 고통스럽다는 마음 깨끗이 잊고 살았는데. 다시는 멍청한 실수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스스로의 본성이 아예 바뀌어서 그럴 일 다신 없으리라 확신했는데. 결국 또 다자이 오사무 같은 말을 하게 되다니. 참으로 좌절하게 됩니다.


글을 쓰다보니 나름의 평안 되찾은 것도 같아 좋습니다. 역시 인간은 가볍고 산뜻하게만 바라봤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적당한 중간관계.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슬프거나 절망스럽지 않고 오히려 말미를 바꾸려고 합니다.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제가 좋아요. 적당히 스근하게 세상에 유유자적하다 가는게 목표이고요, 그래야 더 나 다운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수미상관 형식으로 가자면 그래야 내가 인간을 더 사랑할 수 있고요. 나에게는 누군갈 사랑하는 방식은 적당히 거리 유지하는 겁니다.

괘씸하기도 하고 뭐가 그리 대수라고 울고 아파하고 지금까지 잠 못이루는지 싶네요. 하여간 누군갈 만나든 타인의 기조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가 가졌던 원래 정의 유지하는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몇 개월 조금 어리석었네요. 앞으로는 나를 더 생각하는 것에 죄책감 가질 필요 없겠습니다. 아니, 왜 가져야 합니까? 그걸 이제서야 의심한 자신이 한심하네요. 사랑하는 것과 생존하는 것을 혼동하지 맙시다. 별개의 것이에요. 거기에 트러블이 설령 발생한다면 옆에 있기에는 심히 안 맞는 바퀴인 게죠. 별 수 있나 싶습니다.

다시 평온한 마음 되찾은 것이 느껴집니다. 허상에 불과한 마음이라지만 오늘 잠은 자야할 것 같아서 한탄을 양껏 뱉어내고 수납장에 다시 차곡차곡. 정리가 필요하긴 했습니다. 내일은 되도록 혼자만의 세상 되찾아 보아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주되게 확보해야겠습니다. 뭐가 그리 두려워 놓지 못하고 필요 이상의 삶 갈아서 내어주는지. 길게 봐야죠. 용기를 좀 더 가지고 유유자적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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