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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 꿈을 오래 꿨던 것 같다.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때가 엊그제 같다. 나는 벌써 땀을 흘리고 있다. 눈 뜨니 이곳이다. 늘 어떠한 변화 앞에선 짧게 아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늘 그렇게 다음 단계를 살아왔다. 간헐적이고 굵은 시련들. 산책을 했다. 등에 아무것도 매지 않았지만 보따리를 지고 걷는 이 기분은 간만에 느꼈다. 혼란스러움이 좋았다, 정말 아주 오래간만에. 요즘은 들떠서 고민이었다. 쉽게 들떠있으면 이틀 뒤의 침전은 필히 따라오는 것이라 그렇다. 두렵다. 오늘은 적군의 공격을 이미 예견하고 있는 사람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뒤에서 미사일이 날아올 것만 같지만 아직 오지 않았기에 늘 그렇듯 걷는 사람과 미사일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 결괏값은 같다고 해도 전자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불안에 삶을 낭비하기도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 또한 그렇다. 그래도 요즘은 간헐적 불안이라 괜찮다, 나름. 베케트 책을 읽고 읽다 뭘 읽어야 할지 몰라 해설부터 읽는다. 나는 정상이다. 완전한 불완전함. 불완전을 완전이라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죄다. 생각해 보면 나는 많은 것을 그리 생각한다. 불완전한 것이 태반인 이 땅에서 그 미결을 견디지 못하고 질러버리곤 한다. 미성숙이라 치부하기엔 십 대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진리는 태초라고 하더니, 나 정말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는 건가. 가벼워지는 건 죽기보다 싫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사는 건 고통스럽다, 꽤나. 단어의 수가 줄어들었다. 글을 쓰면서도 느껴진다. 인간의 지방 같다. 지방과 단어라는 것은 계속하여 관리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영원하지 않고 현재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다. 현재에 대한 고생으로 영구적 평안을 바라는 건 무모(reckless)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 억울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어리석다. 나는 꽤 그렇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즐겁기도 하지만. 오늘은 점심을 걸렀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괄목할 만한 효율을 이룬 건 아니다. 인간은 나약하고 동시에 비계획적이고(특히 나는 충동에 진다) 사랑스럽다. 합리화하는 면에서 그렇다. 글이 이렇게나 안 써질 일인가. 그렇다면 잠이나 보충하라고 속에서 말하는 것 같다. 아마 지금 누우면 다시 불면에 들 것 같다. 불면이라는 것은 정말 개구쟁이다. 부르지 않았는데 옆에 있고, 또 언제라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다. 문장이 어지러우니 그렇게 느낀다. 글은 나를 투영한다. 단어와 표현에 대한 갈망. 나는 지금 히스테릭한 지네다. 내일은 부디 무언가가 쓰였으면 좋겠다. 자기를 소개하시오. 소개해 보시오.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깐 정말 신들린 듯 키보드가 눌렸는데. 역시 순간은 저버리면 안 된다, 순간은 정말 순간일 뿐이니까. 내일은 놓치지 않기를. 아르코. lullaby를 반복 재생해 뒀다. 시작과 끝이 없는 것 같다. 무한한 재생. 끝과 시작 사이의 무언(言)도 일부분이다. 시간이 간다. 잘 시간이라 알린다. 나를 너에게 소개할게. 가능하면 좋겠어, 부디. 혼란스러운 생애 주기 어느 지점에서 스스로의 말의 의미를 모르는 채로 주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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