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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쓸어가고 난 후 적막 가득한 때.
적막이 익숙해질 때 즈음 우리 그걸 평화라고 부르고,
평온 안에서 인간의 소명 다하기 위해
구태여 여러 일을 벌이며 지속의 바퀴 밟는 거지.
쓸려갔던 벚나무 움트고 그 밑에는 잡초 돋아나면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처음 맞는 봄이라는 듯
그저 새로이 태어나는 새싹 바라보며
다시금 생명을 얻었다 동화하게 되는 거야.
위안을 얻고, 뿌리를 다시 다지고,
평안 속에서의 삶을 다시 찾아가고.
폭풍전야에만 자신의 소명을 느끼는 이가 있고
나는 그런 인간이었지.
여전히 그 굴레 벗어나기 힘들지만,
유일히 좋아하는 평온한 오전 시간처럼 모든 삶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의가 있겠다 생각하기로 했어.
끝내 몸부림 이겨내고, 또는 그 몸부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하면서 나는 적막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렇게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낮 기온이 26도를 웃도는 제법 평화로운 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