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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사랑이 두 갈래로만 나뉜다고 생각했다.
모 아니면 도.
사랑 혹은 사랑하지 않음.
그래서 내 사랑을 곧이 곧대로 받아주지 않는 사람을 원망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음미하고 생각해 볼 새 없이 결단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떠나 보낸 사람들도 많다.
친구들의 연애 상담을 해줄 일이 있으면 나는 줄곧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렇게 애매하게 구는 건 사랑이 아니야. 결국은 파국일 걸. 사랑한다면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겠지.
저런 생각을 최근까지도 갖고 있었다. 진실이 아닌데도 말이다.
사람의 감정이 어찌 그리 명확할 수 있겠나.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우리가 사랑에 빠졌던 상황도 제 각각일테고, 굳이 감정을 수치로 환산한다면 그 수의 경우는 너무도 많을 텐데. 그것이 당연한 사람으로서 가지는 감정의 스펙트럼일텐데. 아, 그런 모든 것들을 천천히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야 하는 건데, 그동안 나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누군가에 대한 감정은 무조건 사랑 혹은 무정으로 판가름 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상대에게 성급하게 결단을 강요하기도 하고, 나 스스로의 감정에게도 강요하고.
자연을 거스르는 일은 언제나 억지스러운 상황을 만든다. 인간의 감정의 폭이 다양한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인식되어온 어떤 틀 안에서 빨리 짜임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줄곧 그랬다. 그 계기가 무엇인지, 누구의 입김인지는 전혀 생각나지도 않고 또 너무 자연스럽게 축적되어 왔을 것이라 짐작되기 때문에 파헤쳐 볼 생각도 없다. 단지 이제는 그 자연을 깨달아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안도할 뿐이다.
흘러가는 시간과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떤 수치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거나 또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거나, 혹은 다르게 말해보자면, 얼마만큼의 농도로 그를 사랑하고 있는지와 같은 것들을 굳이 따지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그 감정이 설령 사회적으로 정의 내려진 이 감정에는 이게 옳아, 라고 하는 틀에 맞춰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사실 그건 결국 허상에 불과하며 진짜는 그 안의 감정이기에 우리는 조금 더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복잡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형용할 수 있는 무언가의 단어로 또는 정해진 관계로 정의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감정과 자연에 대한 기만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복잡다사한 이 세상과 생명체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은데.
더 정확히는, 나의 지난 과오들을 이제는 조금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하나가 아니듯이
우리 헤어지는 이유가 하나가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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