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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스스로를 특별하다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보다 깊은 얘기에 서스럼 없이 동참할 자신 있었고 또 잘 들어줄 자신 있었고, 대화에 진심을 다한다는 표식에 자신 있었는데.
어느샌가부터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 됐다. 그 사람의 말이 마음에 꽂히지 않고 다만 날아가버리는 문자 덩어리로만 보인다. 언젠가 내 증상이 정신병의 일종이라는 정보를 보았을 땐 내 마음 한 부분이 찌릿하면서 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혼자만의 시계가 이제는 되려 나를 불안하고 두렵게 한다. 애써 나만의 생각이라 위안해봐도 돌아서면 다시 나의 이산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곳의 이방인 같은 느낌으로 매순간 목소리를 죽인다. 그러다 오늘같이 술기운에 몇 자 적어보는 날이면 괜스레 죽었던 외로움이 되살아나 끝없는 한탄 내뱉을 뿐이다. 계속해서 무언갈 입에 넣지만 끝없이 허기진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보면 내 위장은 형해되어 녹을 것만 같다.
어느샌가 극복할 마음 조차도 두려워져버렸고 나는 근래까지 그 마음이 극에 달아 생각의 상당 부분을 그곳에 바쳤다.
오늘 밤엔 오랜만에 일기를 썼다. 약 3개월 만에 꺼내든 그곳에는 같은 고민이, 그리고 지금보단 나았던 스스로가 있다. 어쨌든 일기장을 채워넣는 것으로 시작하려 다짐한다.
침대에 누워있다. 당장 눈을 감아도 무색할 만큼 피로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좋아 벌건 낯으로 버틴다.
삶은 때로 부끄러울 정도로 찌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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