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는 두 차례 제주에 갔다왔다. 거의 정기적으로 방문하는데 작년에는 매 방학마다 딱 두 번 갔다. 과거에는 정말 쉬려고 갔는데, 언젠가부터는 가도 쉬는 것 같지도 않고 지루하게 느껴져서 딱히 현생에 큰 권태를 느끼지 않는 이상 잘 안 간다. 여름여행은 혼자 나름 자연친화적이려 노력했고, 겨울여행은 동생이랑 관광을 잘 했다. 혼자가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누군가가 있어야 같은 공간에 있어도 크게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같이 있어야 재밌다. 혼잣말에는 한계가 있다. - 2020 夏 - 어우.. 이때는 엄마도 바쁘고 해서 뚜벅이 여행했는데 하필 가장 더울 때여서 되게 고생했다. 땀을 많이 흘렸다. 다시는 안 하고 싶음. 사실 집에 필름 카메라가 있긴한데,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도 잘 모른다. 그리고 이..

정하여진 것 아니면 바깥 생활을 하지 않는 요즘. 그래서 사람과의 대화보다 누군가의 창작물들을 더 많이 접한다. 나는 본래 이런 풍류를 즐기는 사람인지라 평화롭고 행복감을 느껴 나름 즐기고 있다.지난 가을에 구입한 수화의 수필집을 이제서야 읽는다. 1900년대의 모던의 소용돌이 속 조선맨의 문체가 꽤나 매력적이어서(한자어, 당시의 외래어) 문장 속 단어들을 이것저것 찾아본다. 저만큼의 단어가 내 머릿속에 있으면 글이 훨씬 더 풍부하고 쓸쓸해질 수 있겠건만.갑자기 동양의 모든 것이 멋져 보이다. 그것은 수화의 글과 그림으로부터 시작해 끝내 복장에까지 다다랐다. 갑자기 한복이 예뻐 보이더랬다. 생활한복을 입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버지께 생일 선물로 법복을 부탁할 작정.내 의식의 알고리즘은 참으로 신기해서 그..

그간 생일을 지내왔던 동안에 얻은 교훈이 있다면 기대를 너무 하지말 것. 모든 사람들도 각자의 삶이 있음을 알고 다른 사람에게 내 행복을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행복한 생일을 만들 것. 그것이었다. 그래서 올해 생일은 왁자지껄 보내고 싶지 않기도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유년시절을 제외하고 여지껏 보내왔던 생일날들 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따뜻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하도 그렇고, 그들과 그저 떠들고 배불리 음식을 먹는 것이 이토록 행복하다니 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비관하고 남을 탓하기보다 내가 정말 가깝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그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 그것이 전부다. 내 행복은 타인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모양을 만들어나가는 거라는 걸 ..

새해가 밝았다. 나도 이제 22살이라는 사실에 눙물이 주르륵이지만 그래도 이왕 온 새로운 해, 새롭고 좋은 일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희망에 괜시리 설렌다. 연말에 생일인 친구가 많아서 며칠 사이에 생파를 2번이나 다녀왔다. 그래도 근래엔 자주 못 봤던 친구들이랑 시간 많이 보냈던 듯. 혜교 지옹 모두 생축~ 혜교 블로그 구경하다가 몇 달 전에 만취한 나 보고 웃겨서 불펌했다.. 술에 가성비 좋으면 뭐하노.. 그리고 요즘 죠지에 빠졌음 ㅎ 사람이 참 특유의 색이 있고 맑아 그리고 2020년 마지막 날은 내 예쁜 민채랑 여러 대화 나누면서 보냈다. 오늘 1월 1일 일어나자마자 경주가 내가 꿈에서 거울을 깨부수고 있었다해서 무서워서 바로 검색해봤는데 좋은 징조다. 요즘 내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랑 나..

벌써 12월 30일. 어느덧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광처럼 지나가는구나. 하루만을 남겨놓고 그간을 돌아보면, 짧게는 한 달 내에 내가 일어날 거라고 예상했던 어떤 일들은 진전 조차 되지 않았고, 길게는 많은 것이 예상치 못한 경로로 양상이 변해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일에 대해 미리 계획이 아닌 기대나 망상을 하는 것은 오히려 그 일의 진행을 그르친다. 많이 생각하는 것보다 보고 걷는 것이, 그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 해가 끝나간다는 것을 실감하고 난 뒤의 날들이다.돌아보면 나에게 2020년은 술 퍼먹고, 방황하고, 새로운 관계들 속에서 나를 찾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해로 기억되겠지만 나에게는 나름 처음 먹어보는 디저트같은 한 해였다. 단 맛과 쓴 맛을 모두 봤으니 다음 해에..

일기를 쓰기로 다짐한 지 이틀 째. 깊숙이 간직한 일기장에서 슬며시 제1발췌본을 올려본다.2020.11.30.월오늘은 특별할 것 없는 요즘 같은 날들 중 하나 뿐인 하루였지만, 그래도 다짐 이틀 차의 대의를 지키기 위하여 의무감에 이렇게 몇 자 써 본다. 음.. 오늘도 잘 먹었다. 최근 이 세계에 역병이 돌고, 또 그게 참 장기화되고 있는터라 카페에 앉아 적당한 사람들에 대한 의식과 집중력으로 시험 공부를 하고 싶지만 지금 내가 사는 이 시기의 우리나라는 카페 조차 위험하기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아주 타의적으로 한정된 '집'이라는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거 원, 한량을 뛰어 넘어 바닥에 온 몸을 쓸며 기어다니는 하찮은 지렁이 내지 애벌레 따위가 된 기분이다. 움직이지 않은 탓에 살도 좀 쪘는데, 더부..

Soaking up the booze; 술 퍼마시기 2020.09.06 어쨌든 살아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사람은 하나 같이 참 다면적이고 입체적이라 한 인간에 대해 선과 악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거다. 사람은 어쨌거나 거기서 거기고 다 나와 같은 사람일 뿐이라 어떤 상황에서는 특정한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처럼 못되게 굴기도 하고 때때로 비굴해지기도, 때로는 세상에 다시는 없을 것처럼 선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미지의 낙인을 찍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 나는.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또 한 번 고집을 만들어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 2020.09.08 일어나자마자 무례한 친구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을 보고 ‘-하는 척’이라 표..

요즘은 되게 많이 무덥다. 집에서 단지 밥을 섭취하고 있을 뿐인데도 땀이 물 떨어지듯 떨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날의 겨울이 그리워졌다. 지금의 내가 어떤 일을 겪을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살던 시절들이 있었다(현재도 곧 그렇게 될테지만). 사람들이 보고싶다. 착한 일본 친구들, 무서웠던 행인들, 마약에 대해 설교하던 처음 본 한국 남자, 처음 보는 세상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던 지난 나, 모든 말을 호통 치듯 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따뜻한 스티븐 선생님, 팀 홀튼 치킨 수프, 한 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는 리아니, 인터뷰하다가 본 미소가 예뻤던 중국인 유학생, 인생은 즐겨야 된다고 뻔한 말로 가르쳐줬지만 그게 너무나 와 닿았던 내 그리운 친구 린카, 외지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지나가는 애완..

아, 도저히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오늘은 되게 많이 지치는 하루였다. 몸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데 이토록 지칠 수 있구나를 느꼈다. 하루종일 의문스러운 죄책감과 마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오는 통증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했다.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면 어떤 비겁한 짓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허나, 비겁한 짓에 대한 죄책감을 상쇄하기 위해 다시금 비겁한 일을 벌이는 것은 무지막지하게 멍청한 짓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아, 이 육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엿같은 생활을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마치 햇볕에 녹아버린 축 늘어진 시체처럼 보냈던 오늘 하루는 어쩐지 이 시대의 참 한량 같기도 하고 어느 엄마의 젖을 쭉쭉 빨아먹는 알량한 신생아 같기도 했다. 이런 번잡한 생각들 속에서도 너는 여전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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