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순간, 어두운 비 내리는 그 밤의 느낌이 ‘그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살려는 몸부림 따위로 그런 생각을 저지했다. 그리워하게 되는 순간 끝이다.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만 같은, 그 끔찍함을 알고 있다.
당신은 너무 매혹적이지만 또 동시에 아주 우울한 모양의 검정색 띠 같은 것을 두르고 있어서, 아름답긴 하나 곁에 둘 수 없는 요조 같다. 나는 그 자살에 동참할 위인은 아니라 이렇게 반 년에 한 번씩 너를 가늠해볼 뿐이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고, 눈에 띄게 곱상한 머리를 한 너의 사진 한 장에서 평화로운 무엇을 느꼈다. 그리고 순간 장마로 모든 것이 가라앉던 그 시절 너의 적막한 일상이 살갗까지 다가왔다. 나는 눈물을 터뜨리고 싶은 무언의 온기를 무섭게 체감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의 요동을 어찌할 수 없었다. 표현하자면 ‘죽음의 증기’ 같은 것이었다. 너는 이상하게도 가끔씩 나의 가장 가까이에 누워있는 것 같다.
그저 이따금씩 찾아오는 너에 대한 기억을 나는 결코 어찌할 수가 없어서, 한바탕 반항의 몸부림 치다
이내 모든 저항을 단념하고 한 며칠 울 수밖에 없는 황홀경 안에서 시간을 살아낼 뿐이다.
'일간사유思惟'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가지는 건 (0) | 2021.08.10 |
---|---|
56분 (0) | 2021.08.10 |
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 (0) | 2021.08.01 |
눈 속의 진짜 눈 (0) | 2021.07.27 |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다 (0) | 2021.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