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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말고 스승을 만나고 싶다.
줄곧 내 인생에서 그렇다 할 만한 영향을 끼친 사람은 스승이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과거에는 돈을 따로 지불하고 선생을 살 필요 없었다. 정말로 자연스럽게 내 인생 일부분에는 선생이라는 존재가 있어왔고, 나는 주기별로 바뀌는 그들로부터 주기적으로 다른 세상을 들어왔고, 또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 방면에서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를 스쳐간 대부분의 어른들에게서 기필코 무엇이든 배울 것이 있었고, 또 사제 간 관계 이외에도 나에게 주신 무엇들이 있었다. 예컨대 문학을 알려준 최희성 선생님이 있고, 그리는 기쁨을 알려준 상민쌤이 있고, 또 입시 기간을 버티며 스스로를 잡는 법을 알려준 최성욱 선생님이 그렇다.
청운 도서관에 갔던 그 날을 기억한다. 계열사 치킨의 맛보장을 장담하며 문학은, 그리고 글 쓰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길 멈추지 않았던 선생님이 있다. 적어도 지금은, 그 때 느꼈던 것보다 훨씬 크게 그 날의 기억이 남아있다.
강제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전담의 의무’ 있는 관계가 멀어진 지금 성인의 나는, 스스로를 성인이라 인정치 않으며, 세상을 가까이에서 가르쳐주고 나를 그르칠 누군가의 존재가 절실하다. 항상 대학생이 되면 넓은 세상에서 멋진 사람들과의 대화나 지속되는 관계를 꿈꿔 왔지만 사실은, 그런 것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그런 관계야말로 일생을 바쳐도 극소수의 존재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제는 성년의 나이를 가졌으니 그런 것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하니까, 그게 맞다고 배웠으니 스스로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게 약한 것 같고 의지하려고만 하는 것 같아 아주 잠깐 죄의식이 느껴지긴 하나, 거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어쩌면 삶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배움을 느끼고 싶은, 그러니까 스승의 존재를 갈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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